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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긱시크한 젠틀몬스터, 혹시 설레세요?

  • 등록일 : 2024-03-27
  • 조회수 : 54
  • 작성자 : 대학신문사

[인터넷 전주대신문, 업로드일: 2024년 3월 27일(수)] 


긱시크한 젠틀몬스터, 혹시 설레세요?



하늘 기자

(neul0603@jj.ac.kr)


 패션계가 주목하는 2024 트렌드는 긱시크다. 긱시크란 괴짜를 뜻하는 긱(Geek)과 시크(Chic)의 합성어다. Geek은 1980년대에 자리했던 단어로, 한 분야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아는 것이 많지만, 일반적인 사회성은 부족한 사람을 일컫고는 했다. 이는 모범생이지만, 여성들의 이상형으로 자주 언급되는 너드(nerd)남과 비슷한 개념이다. 하지만, Chic를 더한 Geek이 추구하는 이미지는 너드(nerd)와 다르다. 일명 엄친아, 엄친딸처럼 공부뿐만 아니라 놀 줄도 아는 육각형의 인재상을 추구한다. Chic의 본뜻인 세련됨에 초점을 맞춘 Geek이 바로 긱시크인 것이다.

 긱시크룩은 모범생을 표하는 단정한 옷차림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또한 모범생이나 괴짜가 쓸 법한 두꺼운 뿔테안경이나 특이한 신발 등을 착용해 자신만의 개성과 고급스러운 면모를 뽐낸다. 긱시크룩의 유행과 더불어 토종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젠틀몬스터를 알면 MZ의 소비 형태가 보인다. 그리고 그들을 공략하는 방법을 더욱 자세히 배울 수 있다. 젠틀몬스터는 블루 오션에 대한 모색에서부터 시작됐다. 브랜드 설립 당시 아이웨어는 정체 시장이나 다름없었다. 수요가 많은 안경에 비해 안경을 전문 판매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일반 안경원에 방문하여 진열된 안경테를 착용해 보고 구매하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안경원마다 보유 재고가 상이했기에, 디자인 선택 기회도 한정적이었다. 아이웨어도 패션의 한 분야였지만 패션업계는 아이웨어에 집중하기보단 다른 부가적 요소만 찾기 바쁠 뿐이었다. 이때 젠틀몬스터 김한국 대표는 패션계의 빈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아이웨어 업계의 한 획을 긋기 시작했다. 

 2014년, 한류의 흥행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주인공 천송이역을 맡은 전지현은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착용한 바가 있다. 젠틀몬스터 측에서 단순 선물로 제공한 선글라스를 드라마 촬영 소품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는 젠틀몬스터 선글라스 아시아 전역 품절 대란 사태를 가져왔으며, 젠틀몬스터의 제품이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불리는 계기가 됐다.

일반적인 브랜드의 공식이라면, 흥행을 맞이할 시기에 제품을 대량 생산할 것이다. 하지만 젠틀몬스터는 타 기업들과 접근 방식을 달리했다. 인기를 이용한 한 철 장사보단 장기전을 노린 셈이었다. 젠틀몬스터는 제품 판매 대신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였다. 김한국 대표는 매장이 고객들의 놀이터가 되기를 원했다.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초현실적 예술품을 진열해 매장 방문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렸으며, 이에 따라 젠틀몬스터 매장은 관광명소처럼 떠오르게 되었다. 

 젠틀몬스터는 봄·여름(S/S)과 가을·겨울(F/W) 두 번에 걸쳐 신상품을 내놓는 패션 브랜드 컬렉션도 모방했다. 아이웨어에 불과했지만, 정기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며 고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했다. 아이웨어가 정체 시장이었던 때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다.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키지 않도록 세일 또한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명품관이 즐비해 있는 백화점 1층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또, 매출의 75% 이상은 해외 고객이다. 이는 해외의 명품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필자는 압구정 혹은 성수동을 즐겨 찾는다. 방문 경로는 매번 같다. 젠틀몬스터를 포함하여 템버린즈 매장과 카페 누데이크에 방문하는 일정이다. 젠틀몬스터와 한 지붕을 이루는 템버린즈와 누데이크 역시 사람이 붐빈다. 크루아상과 케이크를 접목한 누데이크 시그니처 메뉴 피크(PEAK) 케이크처럼 김 대표는 이전에 없던 새 역사를 만들어 내는 데에 집중한다. 그의 창조성을 볼 때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처럼 김 대표가 운영하는 전 계열사는 MZ의 큰 환호를 받고 있다. 젠틀몬스터와 템버린즈, 누데이크에 처음 방문했던 그 순간의 설렘을 잊지 못해 재방문하는지도 모른다.

 김 대표가 과거 진행했던 강연 제목 중 하나는 <세상을 놀라게 하라>였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방법으로 그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한다. “설레세요?” 김 대표의 설렘은 대한민국 MZ 세대의 설렘으로 뒤바뀐다. 

 신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어떤 일을 할 때 설레세요?” 설렘은 꽤 가까이에 있다. 필자의 설렘은 글이다. 김 대표의 정신처럼 고리타분한 문학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포부가 있다. 문학이 놀이터가 되고, 전 세계가 문학의 재발견에 놀라는 그날까지 필자는 쓰고 또 쓸 것임을 다짐한다. 

 한 분야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지킨 젠틀몬스터 김한국 대표야말로 긱시크의 대표 주자가 아닐까 싶다. 긱시크룩뿐만 아닌 긱시크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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