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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늦음 없는 배움’이 아우성치는 시대

  • 등록일 : 2024-03-27
  • 조회수 : 51
  • 작성자 : 대학신문사

[인터넷 전주대신문, 업로드일: 2024년 3월 27일(수)] 


‘늦음 없는 배움’이 아우성치는 시대



김주은 기자

(202315018@jj.ac.kr)


 요즘처럼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때가 있을까. 한국 사회가 고령화 사회,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주요 과제로 거론되는 ‘평생교육’은 개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모든 교육을 수직적, 수평적으로 통합하는 교육을 말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 연장은 2022년 출생자 기준 평균 82.7세의 기대수명을 기록했고, 우리 사회는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방면에서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때문에 개인은 기존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적응을 추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은 더 이상 특정 생애 주기에 국한된 과업이 아닌, 평생 진행되는 삶 그 자체의 의미를 가진다.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사회 분위기도 변했다. 이제 성인 학습자는 드문 존재가 아니다. 평생교육을 위한 사업처와 각종 센터가 설립됐고, 강의실에서 만학도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은 일상이 되었으며,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전담 대학 기구, 단과대학, 학과들이 신설되고 있다.

 이 변화는 그동안 잘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들을 하나 둘 세상 밖으로 이끌어, 이들이 적극적으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바로 여성 만학도들의 목소리다. SNS에 연재되는 만화, 출퇴근길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유튜브 브이로그, 각종 신문 기사와 인터뷰, 일상 블로그 등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통해서 이들의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유독 이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학도는 나이가 들어 뒤늦게 공부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지만, 이제 공부에 ‘뒤늦게’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시대 상황, 분위기,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 사정으로 학업을 포기했거나,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배움에 대한 열망을 이루고자 학업에 도전한다. 혹은 이미 은퇴했거나,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다시 학위를 취득하고 새로운 꿈을 이루고자 학교로 돌아온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중·노년 여성의 경우 과거 폐쇄적이고 차별적인 사회 통념으로 인해 자의, 혹은 타의로 학업을 포기하고 곧장 경제생활을 시작하거나, 가사에 전념했던 사례가 많다. 그러나 줄곧 바라던 학업 기회가 열렸다 하더라도 선뜻 뛰어들기란 쉽지 않다. 센터에서 스마트폰 사용이나 자격증 취득 시험을 준비하는 것 또는 한글 쓰기를 연습하는 것과 만학도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주저하게 되는 요인으로는 보통의 학생들보다 많은 나이에 본격적으로 학업을 시작한다는 부담감이나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에 대한 걱정, 가정에 소홀해지는 것을 염려하고 질책하는 주위의 시선, 혹은 반평생 돌봤던 가족에게서 잠시 눈을 뗀다는 사실이 주는 어떤 죄책감 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미 공부 중이거나, 공부를 끝내고 제2, 혹은 제3의 인생을 시작한 여성 만학도 선배들의 이야기는 반갑기까지 하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타인의 경험담을 많이,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최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간호학과 만학도 어머니를 둔 인스타툰 작가의 페이지에는 종종 ‘이 만화를 보고 용기를 얻어 나도 도전하게 되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많이 노출되고 회자될수록 이에 용기를 얻어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 이후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여성 만학도의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들은 저마다 학업을 선택한 이유나 만학도로서 겪은 일, 학교생활, 앞으로의 목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털어놓는다. 이들이 전하는 공통된 메시지는 결국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늦지 않았으며, 충분히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다.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것을 말하는 목소리들이 마치 아우성처럼 거세다.

 이렇듯 전 생애에 걸친 교육이 주목받고,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씩 변화를 겪으며, 도전을 긍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요즘이다. 이에 발맞춰 노년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며, 이를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전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한 가지 인생만 살기에는 긴 생애를 살아간다. 수많은 제2, 제3의 삶들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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