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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더 나은 미래를 만들지 못한 나에게

  • 등록일 : 2023-12-18
  • 조회수 : 92
  • 작성자 : 대학신문사

[전주대신문 제936호 12면, 업로드일: 2023년 12월 20일(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지 못한 나에게


송민호 기자

(immino@jj.ac.kr)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어요?”


친구와 함께 수습기자 지원서를 쓰던 20살의 나에게 편집장이 건넸던 말이다.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만드는 신문은 학생들에게 읽히지 않는 신문이었다.


2018년 4월, 나는 수습기자로서 첫 발간을 마치고 부푼 마음으로 매일 학생회관 신문 가판대에 찾아갔다. 신문이 다 떨어질 때까지의 기간이 궁금했다. 하지만 신문은 며칠 동안 줄지 않다가 단 하루 만에 소진됐다. 그날은 봄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비에 젖은 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신문을 바라보며 우리 신문의 현실을 깨닫게 됐다. 그 후로 나는 선배 기자를 따라다니며 취재 방법과 각종 노하우를 배웠다. 우리 대학 사람들이 신문을 찾아 읽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 당시, 우리 기자들은 발간일이 되면 신문을 양손 가득 들고 학생회관 1층과 단과대에서 신문을 나눠줬다. 그때 모르는 학우한테 목소리가 작다며 혼나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막무가내였지만, 한 명이라도 더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타난 우리 나름의 발버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더 나은 미래는 찾아오지 않았다. 우리의 경쟁자는 너무 강했다. SNS에는 막대한 양의 최신 정보가 담겨있고 수많은 사람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학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연한 일이었다.


1년을 바쳤지만, 여전히 가판대의 신문은 줄어들지 않았고 비 오는 날에는 한숨부터 나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 캠퍼스에 돌아오니 신문사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고 이끌리듯 신문사에 다시 지원했다. 수습이었던 내가 부장의 자리까지 오르더니 얼떨결에 편집장까지 맡아 후배를 이끌고 있다.


편집장을 맡은 기간은 짧았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신문사 홈페이지가 리뉴얼됐으며, 다양한 신문 디자인을 시도했고 자신의 관심 분야의 글을 쓸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우리 기자 중 한 명은 SNS를 활용하여 홍보도 하고 있다. 능력이 부족한 나에게 도움을 주는 모두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던 최근, 비 오는 날 우리 신문을 쓰고 가는 사람을 봤다며 한탄하는 기자가 찾아왔다. 과거 나의 모습이 생각이나 웃음이 났다. 나는 웃으며 후배에게 “신문 다시 채워야겠다”라고 말했다.


우리 신문에는 나와 선배, 후배 모두의 역사가 담겨있다. 우리의 공통점은 기자 생활을 즐겼고 더 나은 신문을 만들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그리나, 우리의 의지는 종이 신문에 담겨 있지 않다.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그 마음이 존재하는 한 학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들에게도 감사인사를 보내고 싶다. 쓴소리를 남겼던 사람, 기사 잘 보고 있다는 사람, 다양한 아이디어를 남겨주었던 사람 등 관심을 가져주었던 모두에게 감사하다. 그들이 나의 4년을 빛나게 해주었다.


나의 대학 기자 생활의 끝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찍는다. 그 뒤의 이야기는 나보다 뛰어난 후배들이 이어 나갈 것이니 말이다. 과거의 나에게 전한다. 더 나은 미래는 다가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걸음 떨어져 더욱 빛날 그들의 여정을 응원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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