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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짬짜면 인재가 되자

  • 등록일 : 2023-12-18
  • 조회수 : 104
  • 작성자 : 대학신문사

[전주대신문 제936호 13면, 업로드일: 2023년 12월 20일(수)]


짬짜면 인재가 되자


이경재 교수

(경영대학장· 금융보험학과)


“짜장면을 주문하자니 짬뽕도 먹고 싶고, 짬뽕을 주문하자니 짜장면도 먹고 싶고….” 


 누구나 중국집에서 이런 고민 한 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이런 수요에 맞춰 일부 중국집에선 ‘짬짜면’ 메뉴를 내놓았다. 같은 그릇을 절반으로 나누어 짜장면과 짬뽕을 절반씩 주는 것이다. 국숫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국수와 비빔국수를 절반으로 나누어 ‘반반 국수’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

 우리가 중국집을 개업하려 한다고 가정을 해 보자. 맛으로 경쟁하려면 최고로 맛있는 짜장면이나 짬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최고로 맛있는 짜장면이나 짬뽕이 아니더라도, 웬만큼 맛도 있으면서 둘을 절반씩 먹을 수 있다면 가장 가고 싶은 중국집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어떤 분야에 뛰어들어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을 제치고 최고가 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렇다면 내가 새로운 분야를 융합하여 만들어 낸 후 그 분야의 최고가 되면 된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 융합형 인재이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젊은 세대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예컨대 영어나 일본어 하나만 가지고 1등을 하기란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컴퓨터를 최고로 잘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일본어도 적당히 하면서 컴퓨터 분야에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고 있다면 일본기업에도 수월하게 취업할 수 있다. 영어나 일어 하나만 잘하거나 컴퓨터 하나만 최고인 사람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미안하지만, 필자의 예를 들어본다. 필자의 전공은 금융보험학이고 학위도 경제학박사이며 취미로 시를 좀 쓴다. 그런데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나 시인들과 겨루어 최고가 되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하지만 전공 분야에 시(詩)와 인문학을 접목하여 ‘시(詩)경영학’, ‘보험인문학’, ‘시와 함께하는 치유와 행복의 인문학’ 등의 독특한 영역을 만들어 냈으며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되기도 하였다. 스스로 최고라 한다면 우스운 일이지만, 시와 인문학을 경영·경제나 보험학에 접목한 분야에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된 것이니 그냥 이 분야에서는 혼자 최고인 셈이다. 이렇듯 각자의 전공과 재능, 관심사 등을 자꾸 세분화하여 이 중 몇 가지를 접목하면 수많은 조합이 가능해지므로 누구나 다양한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과거에는 한 분야에 상세한 지식만 보유하고 있어도 성공이 보장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보상이 돌아간다”라고 하였다. 그는 또 이런 사람을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boundary crosser)’이라고 일컬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한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 어렵기도 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정말 큰 노력과 힘든 과정을 거쳐 그 분야의 최고가 되어 있을 때, 그와 관련된 직업이 없어지거나 사양산업이 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엔 세상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평생학습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야 한다. 한 분야에서는 최고가 아니더라도 각자가 좋아하는 몇 개 분야를 아울렀을 때는 최고가 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이자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융합전공이나 마이크로디그리(MD) 등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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