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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선교

2024년 1학기와 이별하며

  • 등록일 : 2024-06-18
  • 조회수 : 26
  • 작성자 : 대학신문사

[인터넷 전주대신문, 업로드일: 2024년 6월 19일(수)]


한병수 목사

(선교신학대학원장·선교봉사처장)

 

 화려하고 유쾌한 날보다 어둡고 외로운 하루에 밑줄을 긋습니다. 분하고 억울한 날에는 녹색을, 아프고 고단한 하루에는 청색을 칠합니다. 나에게 유익한 날들은 타인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해로운 날들은 타인에게 적잖은 유익을 베풉니다. 좋은 날만 좋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날도 얼마든지 좋습니다. 타인을 나의 연장된 자아처럼 소중하게 여긴다면, 나에게 좋아도 좋은 날이고 타인에게 좋아도 좋은 날입니다.

 바울은 살 소망이 끊어진 날을 기억하며 그때가 여호와 신뢰가 웃은 날이라고 적습니다. 그 신뢰가 준 하나님의 위로는 같은 고난을 당하는 자들을 위한 위로의 밑천으로 쓰인다고 말합니다. 나에게는 사망처럼 고단한 날도 타인에게 생명이 선물처럼 주어지는 날로 쓰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에게는 불행한 날이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결국에는 선을 이룹니다. 나에게 불행한 날일수록 더 굵고 선명한 감사의 밑줄을 두 번 긋습니다.

 타인을 볼 때도 고난이 없는 인생은 싱거워 보입니다. 그러나 고난에서 꺼낸 한 편의 저항시 같은 사람을 만나면 몇 개월의 절망도 버틸 힘을 얻습니다. 고난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동시에 타인에게 소망과 위로를 주기에 결코 밉지 않습니다. 이번 학기에 노크도 없이 우리 각자를 찾아온 슬프고 괴롭고 억울하고 캄캄하고 절망적인 순간들의 등에 ‘감사’라는 라벨을 붙이며 학기를 떠나보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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