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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선교

  • 등록일 : 2023-10-24
  • 조회수 : 109
  • 작성자 : 대학신문사

[전주대신문 제934호 10면, 업로드일: 2023년 10월 25일(수)]


겨자씨


장선철 교수(前 상담심리학과)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를 지내고 나니 어느새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절기가 다가온다. 제법 조석 기운이 선득하여 나무들은 겨울맞이 준비를 한다. 녹색 잎들이 서서히 노을빛으로 물들어가며 가을 산의 정취를 자아내기 시작한다. ‘풀꽃’이란 시로 널리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글이다. “아무리 멈칫거리는 가을이라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아침저녁으로 어느새 바람 시원하고 열어놓은 유리 창문으로 유난히 새하얀 구름 높이 높이 솟아오른다.” 

  

 ▼ 계절은 이렇듯 어김없이 하나님의 시간을 따른다. 하나님의 시간 속에 녹아들어 버려야 할 것을 버리고 오는 봄을 기다리며 안으로 새로운 생명을 키운다. 하나님의 시간이 우리의 시간 속으로 뚫고 들어올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예수님과의 참 만남으로 그분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한다. 우리의 전 존재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십자가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그 따스함이 우리의 마음 깊이 깃들어 있던 이기심과 열등감 그리고 두려움과 증오심이라는 얼음을 녹인다. 나와 너, 이것과 저것이란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사랑만이 우리를 감싸고 있음을 깨닫는다. 봄이 오면 눈석임물이 흘러내려 새로운 생명을 깨우듯 주님의 은혜로 영생을 맛본다. 사도 요한은 영생이란 ‘하나님과 예수님을 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을 안다는 말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사귐을 뜻한다. 친밀한 사귐은 ‘자기애라는 감옥’에서 나와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는 데서 시작된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사귐을 잃어버렸기에 모두들 ‘자기애라는 감옥‘에 갇혔다. 이 세상에 가득 찬 하나님의 기적에 감응하지 못하고 오로지 권력과 금력에 따라 서로를 저주하며 조롱하는 말들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 10월, 익어가는 가을을 맞아 이제는 모두 하나님의 시간을 영접해야 하지 않을까. 버려야 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안으로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기쁨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그 기쁨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순간이 아닌 영원함, 영생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된다.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니이다”(요 17: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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