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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권 보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 등록일 : 2023-11-20
  • 조회수 : 112
  • 작성자 : 대학신문사

[전주대신문 제935호 4면, 업로드일: 2023년 11월 22일(수)]   


교권 보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추억 속 으름장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근자로 들어설수록 교권은 그림자의 위치만큼 추락하고 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가 교내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타살 정황이 없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사망한 교사가 학교폭력 업무 담당이었고 학교폭력 가해자 학생 중 정치인이 있어 압력을 행사했다’라는 등의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없는 소문들이 퍼져가고 있다. 여러 잡음 사이 교사가 교직 생활을 버거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생전 일기장이 공개되어 화제다.


일기에는 “금-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 처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 +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어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라며 자신의 힘든 감정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서울교사노조는 일기를 보고 “고인이 생전 업무와 학생 문제 등 학교생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노조가 제보를 통해 학생 중 (한 명이) 큰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해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정황을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는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하라”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고인에게 갑질을 한 ‘연필 사건’의 양측 당사자인 학부모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연필 사건’이란 고인이 교사로 활동하는 반에서 한 여학생이 앞자리 남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는 장난으로 시작됐다. 고인은 장난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남학생의 이마에 연필이 긁히는 실수를 만들어냈다. 서울교사노조는 동료 교사의 제보를 바탕으로 고인이 ‘연필 사건’을 계기로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학부모는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고 말하며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걸어왔다. 지속적인 전화와 민원으로 괴롭힘당한 고인은 방학 이후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는 포부를 동료 교사에게 밝히기도 하였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숨진 교사의 심리 부검 결과 학부모 등의 범죄 혐의를 규명할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상황과 심리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관련 절차에 따라 검찰과 협의하고 있으며, 종합적으로 (내용을) 검토해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연필 사건’에 연루된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조사 역시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별다른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국회 앞에 모인 12만여 명의 교사 집회에서는 아동복지법 개정과 사망 교사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순직 처리를 외쳤다. 교사의 죽음을 억울한 죽음이라 칭하며 법 개정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교권 추락의 근본적 해결을 위하여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의 ‘정서적 학대’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회에서는 악성 민원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도 바랐다. 또, 학교폭력 사안 조사와 처리를 경찰과 교육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10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는 14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사망 원인은 최근 몇 년 새에 급증했다. 18일 이태규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초·중·고 교원 자살 현황’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는 2014~2017년 평균 한 자릿수였으나 2018년에 19명으로 늘었다. 이후 2019년에 17명, 2020년에 19명에서 2021년에 25명까지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20명이 숨졌다. 올해에도 8월까지 14명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태규 의원은 사망한 교사의 연령대를 살폈다. 20~30대 교사가 전체 사망률의 41.7%를 차지하는 것을 보고 “젊은 교사의 자살이 많다는 것은 최근의 교권 침해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서이초 사건 이후 서울과 대전, 용인 등에서도 학부모 등의 교권 침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던 교사들 역시 목숨을 잇달아 끊는 일이 발생하였다. 


최근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교권 4법’이 발표됐다. 교권 보호 4법이란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뜻한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고,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원의 직위해제를 까다롭게 하며, 교육 활동을 침해한 학부모에 대한 법적 조치를 추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 생활지도 고시를 통해 학생을 교실에서 분리할 수 있는 교사 권한도 확보됐다. 수업 방해 학생의 교실 분리 권한에 대해서 교원 52.2%는 여전히 ‘보호자의 민원과 아동학대 문제 제기’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한 교사 과반은 학생 분리 시 ‘별도 인력 확보(58.4%)’가 가장 필요하다고 꼽았다. “분리 학생을 어디서,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를 놓고 학교 혼란과 교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라며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인력, 시설 등을 적정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도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했는데 해당 행위를 했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현장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해 현장의 요구가 반영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사와 여러 단체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아동복지법·아동학대 처벌법 등의 즉각 개정, 학교 민원 대응을 위한 별도 인력 지원·학칙 표준안 마련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이 물거품 되지 않도록 전국의 초중고 교사와 예비 교사의 아우성을 법 개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1028 50만 교원 총궐기’ 집회 중 제시된 주장 “무분별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려면 아동복지법 개정 등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라는 ‘교권 4법’의 효력이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교권 4법’의 발단이 된 서이초 교사를 포함하여 지난 5년간 극단 선택을 한 교사가 100명 이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순직 인정을 받은 사례는 신청자 기준 15%밖에 해당하지 않는다. 악성 민원 방지를 위한 표준화된 민원 처리 시스템 구축과 함께 학교폭력 조사 처리의 당국 이관도 필요하다. 하루빨리 학생과 선생이 화합하여 학교가 친선의 장으로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늘 기자(neul0603@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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