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우리는 땅 위에 건축합니다. 어떤 건물이든 대지가 없는 건물은 없습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라는 도시는 하늘에 자리 잡았습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섬 자체가 건물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다리를 가진 건물로 문 앞 둥근 판을 돌리면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런 건물은 실재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건물이 땅 위에 뿌리를 박고 있어서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이런 건물을 상상하는 것이 아닐까요?
땅은 건물이 서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땅과 건물은 떼어낼 수가 없습니다. 같은 형태의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땅이 바뀌면 건물은 그 존재의 타당한 이유가 바뀝니다.
땅을 좀 더 크게 확장하면 Earth, 즉 지구입니다.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빠져나가기 바로 전 뒤돌아 지구를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점으로 보인 지구였지만 우리 인류 모두가 그 지구에 발을 붙이고 태어나고 지내고 사랑하고 죽는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지구는 우리 모두의 전부를 담고 있는 곳입니다.
2022년 전주대학교 졸업 설계 작품전 주제는 Earth입니다. 5년제 건축학인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가운데 졸업 설계 스튜디오는 학생 각자가 개인적으로 선정한 대지에 자신이 선정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진행합니다.
심화한 도시 및 건축설계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과 도시환경에 대해 지금까지 쌓아온 문제의식과 해결 능력을 종합하여 설계 문제의 기획과 이를 해결하는 논리의 모색, 그리고 구체적인 설계와 표현의 과정을 밟습니다.
예비건축가로서 건축이 담을 공공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유념하며 자신의 건축학과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겨울방학부터 시작해서 숨 가쁘게 진행해 온 46개의 프로젝트를 저를 비롯해 신재혁, 허선, 이정학 교수님이 지도해주셨습니다.
함께 땀 흘린 시간의 열매가 모두에게 큰 선물이었으며 관람하시는 모든 분께 의미 있는 건축 감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 졸업설계 스튜디오 주임교수 김준영 -